좋았던, 힘들었던 손주경험

손주 둘 (5살, 2살)이 병원을 자주 들락거렸다. 특히 큰 녀석 주현은 툭하면 기침을 해대고 콧물이 줄줄 흘렸다. 기침 소리가 '컹컹'으로 바뀌면 의사는 큰 병원에서 폐렴검사를 해야한다고 했다. 그래서 대학병원에 입원도 했다. 이제 겨우 걸러다니는 아이에게 링겔을 꽂아놓고 휠체어에 태우고나면 세상사는게 참 그렇다. 안타깝다. 그런데 그게 할아버지, 할머니가 뭘 몰라서였다.
동네병원에서는 으레 감기라 하고 항생제를 주었다. 어느 날, 의사가 지나가는 말로 '이렇게 더 가면 천식이 됩니다'라고 한다. 천식이 무엇이지? 공부를 해보니 알레르기다. 감기는 병원균인데 알레르기는 꽃가루, 이런거다. 그래서 그동안 툭하면 기침. 콧물이 질질 흘렀나. 의사는 왜 알레르기 이야기를 이제사 하지? 알레르기 전문의사에게 달려갔다. 뜻하지 않은 결과가 나왔다. 강아지 털 알레르기가 정상치의 100배란다.
그무렵 할머니 집에 강아지가 있었다. 지금생각하니 할머니집에 올 때마다 재채기와 함께 콧물이 나왔던 기억이 난다. 동네유치원에 다녀왔을때도 같은 증상이 종종 있었다. 나중에서 알았지만 유치원에 강아지 키우는 집 아이와 같이 놀면 그랬던 것이다. 왜 진작 그 생각을 못했을까. 벌써 3년동안이나 콧물나면 감기라며 약을 먹인 생각을 하니 미안하다. 무식해서 아이 고생시킨 셈이다. 손주를 돌보아주려면 강아지를 다른 사람에게 데려다주어야 했다. 마침 강아지가 필요한 사람이 있었다. 그렇게 콧물 문제가 해결되었다. 더불어 콧물에 이은 축농증 증세도 사라졌다.
손주에게 몇년간 엉뚱한 약을 먹이고 링겔까지 꼽게한 건 힘들었던 일이다. 이제 손주 코 냄새를 맡아도 역한 축농증냄새가 안 나는 건 좋은 경험이다. 가끔 화상통화로 다른 집에 살고 있는 강아지를 보는 건, 좋고도 힘든 경험이다.
다른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궁금하다. 댓글이 기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