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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주돌보기 노하우

개미집을 찾아서 역할놀이하면 언어능력 늘어난다(1. 쌍방대화하기)

by 바이오스토리 2021. 5. 28.

손주놀아주기노하우 (1):아파트 개미집 역할놀이

사진1: 아파트 화단 블록사이에서 쉽게 발견하는 개미집



오후 3시 반이다. 오늘 부여받은 임무는  3살 손자 주현을 2시간 반 돌보는 일이다. 3살 손자와 놀아주기란 말처럼 쉽지 않다. 무엇보다 녀석이 금방 지루해 한다. 매일 새로운 음식을 만들어내야 하는 주부보다 더 고역이다. 음식은 준비해서 먹고 난 후에야 반응이 오지만 3살 녀석은 즉각 반응이 온다.

‘할비(할아버지 준말), 심심해’

이 돌직구 한방이면 끝이다.

‘뭐, 아이가 다치지 않게만 하면 되지 꼭 무슨 활동을 해야 하는 거냐’고 물을지 모른다. 하지만 3살 아이는 먹거나 자기만 하는 젖먹이가 아니다. 그렇다고 혼자 책을 볼 수 있는 그런 ‘편한’ 고학년도 아니다. 할 일이 없어서 방바닥에 이리저리 구르고 있는 놈을 보면 뭔가 큰 잘못을 저지르고 있는 죄책감이 든다. 의미 있는 일을 해야한다. 오늘 메뉴는 개미집 찾기다.

도시 아파트에서 자연을 맛보기란 쉽지 않다. 조경을 잘 만들어 놔봤자 인공이다. 보도블럭 색을 흙색으로 만들어도 그 길이 시골 논길이 될 수는 없다. 아파트에서 그나마 만나는 자연이란 살아있는 개미다. 개미는 흙이 있는 곳이면 어디에나 있다. 6-7월부터 돌아다니기 시작해서 추워질때까지 볼 수 있다. 아파트에서는 화단이 최적 장소다. 화단 가장자리 벽돌이 꽂혀 있는 곳이면 더욱 좋다. 벽돌 틈과 흙 사이로 쉽게 개미굴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손자를 데리고 화단 벽돌을 따라가며 개미집을 찾게 한다. 개미집 주변에는 파낸 흙들이 소복하게 올라와 있다. 큰 개미일수록 소복한 정도가 커진다. 하지만 아파트 근처에는 큰 개미가 없다. 진짜 개미 같은 놈을 만나려면 야외로 나가는 수고를 해야 한다. 하지만 중요한 건 개미크기가 아니다. 개미를 통한 손주와의 대화다. 일단 개미집을 발견했으면 이제부터가 본론이다. 손자와의 대화다.

아이들은 말 배우는 속도가 하늘과 땅 차이다. 말 잘하는 아이로 키우고 싶으면 대화가 최고다(하단박스기사참조). 무엇보다 할미, 할비가 손자 눈높이를 맞추어야 한다. 내가 즐겨 쓰는 전략은 손자와 전화를 하는 것처럼 하는 거다. 예를 들면 이런거다.

‘아, 여보세요? 나는 지나가는 개미인데요. 지금 내가 보여요?’

뭐, 이런 식이다. 내가 보아도 유치찬란하다. 하지만 그 방법이 아이 언어능력발달에 최고라니 6순 할비가 3살이 된다한 들 유치할 것도 없다.

3살 아이와 다 큰 어른이 쭈그리고 앉아서 주저리주저리 이야기를 하는 이상한 광경에 지나가는 아이들도 몰려든다. 그러고는 모두 같은 말을 뱉는다.

‘에이, 별것 아니네, 개미잖아’

이와 상관없이 우리 대화는 계속된다.

‘그런데, 나 배고파요. 어디로 가야 밥을 먹지요?’

‘ 아, 네, 어린이집으로 오세요. 김지은 선생님이 토마토 줄 거예요.’

이 대화로 나는 손자가 오늘 어린이집에서 토마토를 먹었고 선생님 이름이 김지은 이란 것도 알게 되었다. 내일도 다시 이곳에 와야 한다. 내일 만나는 개미이름은 김지은 선생님이 될 것이다. 내일 하루 동안 개미가 된 김지은 보모 선생님과 손자와의 대화는 어떻게 진행해야 하는지 벌써부터 고민이다.

할비, 할미들이여, 개미집을 찾아보자. 그리고 개미를 매개삼아 손자와의 대화를 시도해보자. 손자 언어습득를 위해 상상력이 결합된 개미이야기를 밤새 만들어보자.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읽혔다는 소설‘개미’ 작가 ‘베르베르’는 개미끼리의 소통이 페르몬이라는 점에 착안해서 소설을 완성했다. 할비와 함께 개미를 들여다보던 손자의 지금 경험이 나중에 소설 ‘개미’를 넘어서는 대작을 만들지 누구도 모르는 일이다. 그리될 수만 있다면 매일이라도 개미를 찾아다녀야 하지 않겠는가.





T(좀더 깊은 상식): 말 잘하는 손주로 키우려면 살아있는 ‘진짜 대화’를 해라


심심해하는 손주에게 어린이 TV의 ‘백설공주’ 를 보여주면 어떨까. 어린이 TV는 폭력적인 대사가 있는 것도 아니다. 게다가 다양한 단어를 구사해준다. 이게 아이들 언어습득에 도움이 될까. 결론은 ‘별로’다. TV는 혼자 이야기한다. 부모와 이야기하는 것과는 대화 형태, 패턴이 다르다. 익히기 어렵다는 ‘동사’를 TV에서 듣고 그 의미를 유아들이 아는가를 연구자들이 조사해봤다. 3살 이하 경우 아무리 TV를 봐도 아이들의 ‘동사’실력은 늘지 않았다(1). 옆에서 부모가 동사 뜻을 설명해주고 같이 움직이면서 설명해주어야 그 동사를 이해했다. TV보다 확실하게 좋은 건 따로 있다.

아이 언어습득에 가장 좋은 건 ‘어른과의 대화’다. 하지만 그냥 대화 하는 것 보다는 스토리텔링이 되어야 한다. 스토리를 부모가 만들면 되지만 책이 스토리에는 최고다. 결국 ‘대화형 책읽기’가 최고란 결론이다. 책 읽어주면 상상력, 정서발달이 된다. 팁이 있다. 아이 눈높이에 맞추어라. 맞장구쳐주어라. 틀린 단어가 나온다고 득달같이 고쳐주지 마라. 기를 꺾는다. 아이가 쓰는 언어보다 '조금' 높은 수준의 대화를 유도해라.

이렇게 어른들과 ‘대화’를 하는 아이들은 언어관장 두뇌지역 연결망이 튼튼해진다(2). 더 중요한 사실이 있다. 집안환경이 열악한 초등학교 아이들(경제력, 가족관계 등)은 좀 여유로운 환경 아이들보다 성장기 동안 3000만번 단어를 '덜' 듣는다. 덜 들으면 그만큼 언어력이 늦어지는 건 당연지사다. 결국 어른들과의 많은 '주고 받는' 대화가 아이 두뇌언어 담당부분을 강력하게 만든다는 거다.

연구진은 아이들 두뇌를 직접 들여다보며 조사헀다. 4-6세 유아들 40명의 가족상태(경제력, 교육정도)에 상관없이 성인들과 말을 많이 하는 아이들의 두뇌연결망(두뇌 언어관장 두 지역 연결부위)이 더 튼튼했다(사진). 결론은 간단하다. 집이 부유하지 못해도, 부모가 먹기 살기 바빠서 아이와 이야기 할 시간이 없어도, 조부모가 그 갭을 메워주면 된다.

할비, 할미들이여. 아이들과 ‘주고받는 이야기’를 해라.

두뇌언어부위(브로카, 베르닉)지역 연결망은 어른과 주고받는 대화로 튼튼해진다(2)

 

실제로 두뇌를 fMRI(기능성자기공명장치)로 촬영하면 어른과 대화를 많이 한 아이들의 언어연결망(적색)이 더 튼튼함을 알 수 있다(2: 뉴로사이언스 저널)



(참고문헌)
(1)Live Action: Can Young Children Learn Verbs From Video? Child Development, 2009; 80 (5): 1360 DOI:
10.1111/j.1467-8624.2009.01338.x
(2)Language Exposure Relates to Structural Neural Connectivity in Childhood. The Journal of Neuroscience, 2018; 0484-18 DOI: 10.1523/JNEUROSCI.0484-18.2018


사진1: 아파트 화단 블록사이에서 쉽게 발견하는 개미집


사진2:(A)두뇌언어부위(브로카, 베르닉)지역 연결망은 어른과 주고받는 대화로 튼튼해진다 (B)실제로 두뇌를 fMRI(기능성자기공명장치)로 촬영하면 어른과 대화를 많이 한 아이들의 언어연결망(적색)이 더 튼튼함을 알 수 있다(2: 뉴로사이언스 저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