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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주돌보기 노하우

할머니가 구한 손주(노하우 4: 응급대처요령 알아놔라 )

by 바이오스토리 2021. 6. 12.

할머니와 손주: 할머니는 손주 수호천사. 손주 생존수명을 늘린다(Pixabay)

 

(손주돌보기노하우(4): 응급상황대처요령 알아놔라)

‘컥컥’

저녁 식탁의 두 살 손녀가 목이 막혔다.
숨을 쉬지 못해 손을 허우적거리며 온몸을 쿨렁인다.
바로 옆자리에 앉은 나다,
머릿속이 하얗게 변한다.
침착해야지를 다짐한다.
다짐과달리 숨이 막혀 머리를 흔들어대는 두 살배기 아이 모습에 온 몸이 굳는다.
안방에서 일을 하던 아이 엄마가 ‘컥컥’ 소리에 뛰쳐나온다.
아니, 그보다 먼저 식탁건너편에 있던 집사람이 날아왔다.
이내 아이를 뒤집더니 사정없이 등을 쳐댄다.
‘컥’ 소리와 함께 아이가 걸린 음식을 뱉어낸다. 그리곤 자지러지게 울어댄다.
등줄기를 흐르는 서늘한 기운이 그제야 느껴진다.

집사람은 여러 재주가 있다. 그중에서도 아이응급 처치술은 나를 놀라게 한다. 그렇다고 무슨 교육을 받은 것도 아니다. 그냥 몸이 ‘반응’한다고 이야기한다. 몸이 굳어버리는 나와는 차원이 다르다. 그런 ‘반응’을 처음 본 것은 국제선 비행기에서였다.

앞좌석에 앉아있던 인도인 젊은 부부가 벌떡 일어선다. 그 바람에 좌석 위 식판들이 나동그라진다. 남자는 아이를 들고 어쩔 줄을 모른다. 아이가 목에 무엇이 걸렸는지 숨을 못 쉰다. 젊은 아이 엄마는 말을 못하고 그저 손만을 흔들어댄다. 놀란 내가 승무원을 찾느라 고개를 돌리는 사이 후다닥 뭔가가 움직였다. 그리고 아이를 거꾸로 들고 등을 쳐대는 사람이 보였다. 집사람이었다. 아이가 매달린 채로 무언가를 뱉어냈다. 숨을 겨우 토해내지만 아이는 너무 놀랐는지 헉헉 숨을 들이쉰다. 그제야 집사람이 아이를 건네고 자리로 돌아온다. 식판을 다시 무릎에 올려놓는다. 고맙다고 연신 고개를 숙이는 인도부부에게 별일 아니라는 듯 손을 내젖는다.

음식이 목에 걸린 경우 어린 아이는 뒤집어서 등을 세차게 두들기고 어른은 뒤에서 깍지 낀 손으로 배를 세게 위로 당겨라. 이게 책에 나오는 응급처치법이란 걸 나중에 알았다. 하지만 그걸 알고 있다고 해도 내가 그런 상황에서 뛰쳐나가 아이를 뒤집을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집사람은 그런 이론적인 생각보다 몸이 먼저 ‘반응’한다고 했다. 위험하다는 건 눈으로 알 수 있지만 집사람은 소리로도 알 수 있다. 지방의 한 펜션에서였다.

새벽 잠결에 문 여는 소리가 들렸다. 집사람이다. 이 새벽에 어디를 가는 걸까. 잠시 후 급히 문이 다시 열리더니 집사람이 뭔가를 챙기더니 뛰쳐나간다. 미처 물어볼 틈도 없었다. 오 분이 지나서였을까. 사람들이 두런두런 소리가 나더니 차가 급히 떠나는 모습이 창너머 보인다.그제사 상기된 얼굴의 집사람이 들어온다.

전날밤, 계속 울어대는 아이가 걱정스럽다는 집사람이었다. 아이는 우는게 정상아니냐는 내 말에 아픈 아이같다고 했다. 이른 새벽 이곳저곳 방문을 두들기는 소리와 함께 ‘도와주세요’라는 다급한 여자 소리가 들렸다한다. 나는 못들었던 소리다. 부들부들 떨고 있는 젊은 애기엄마 이야기로는 우유를 많이 ‘먹였다’ 싶었는데 어느 순간 아이가 축 쳐지더라는 거다. 집사람은 급체를 예상했고 가지고 다니던 바늘을 챙겨간 거다. 손끝을 바늘로 찌르자 축 쳐져있던 아이가 울기 시작했다. 아이가 울면 일단 안심이다. 그래도 병원에 속히 보내야했다. 정신없는 엄마를 다독거렸다. 앰뷸런스는 오려면 족히 1시간은 걸린다하니 이곳 지리를 잘 아는 펜션주인과 동행하라고 했단다.

급체 했을 때는 손톱 아래를 찔러 피를 몇 방울 내라. 이게 집사람의 아이응급처방 1호다. 이걸 급체한 펜션의 아이에게 적용했고 위험한 순간을 넘겼다. 하지만 바늘로 손끝을 찌른다고 피가 금방 나오지 않는다. 요령이 필요하다. 실, 고무줄로 엄지 아래 부분을 동여 맨 후에 손톱 아래 바깥부분을 ‘과감히’ 따내야 한다. 그래도 남의 살을 찌르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숙련이 필요하다. 집사람은 수시로 나를 연습대상으로 삼았다. 조금만 속이 불편하다하면 무조건 손을 잡는다. 도망가기도 힘들지만 한두 번 당해보니 속이 편해지는 건 확실하다. 한방에서 ‘소상혈(少商穴)이라 부르는 자리다.

집사람은, 내가 보는 앞에서, 최소한 세 명의 아이를 위기에서 구했다. 수호천사 재능이 있다고 추켜세우기라도 하려면 되려 한 마디 한다.

“엄마 돼봐”

엄마들은 용감하다. 엄마의 엄마들, 즉 할머니들은 더 용감하다. 게다가 많은 육아경험도 있다. 할머니가 손주들을 돌보면 손주들의 수명이 실제로 1.75년 늘어난다. 더 건강하게 오래 산다는 이야기다(하단기사). 응급상황 뿐만이 아니다. 할머니의 육아경험, 인내심이 손주를 더 튼튼하게 키운다. 그 결과 많은 동물 중에서 호모사피엔스가 지구최고 지배자가 되었다. 할머니들은 위대하다. 그 위대한 할머니들이 손주 살리는 기술로 손 따기를 배우려 한다면, 난 기꺼이, 몇 백 번이라도, 양쪽 손을, 언제라도 주저하지 않고 내밀 용의가 있다.




대가족: 할머니가 손주를 돌봐주면 딸은 더 많은 자식을 낳고 이게 인류진화의 한 원인이다(할머니효과:Grandmother effect theory).(CCL)


(깊은 상식)(할머니 효과) 할머니들이 손주들을 돌봐 인류가 진화하게 만들었다.

폐경이후에도 전체 삶의 1/3이나 더 사는 영장류는 인간이 유일하다. 생물학적으로 볼 때 폐경이 되었으면, 즉 자손을 낫지 못하면 더 사는 것이 진화에 도움이 안 된다. 그런데 아니다. 할머니가 딸을 도와서 손주들을 봐준다면 딸들은 더 많은 자손을 낫고 그 손주들이 더 오래 살게 만든다. 그러면 인류는 다른 동물보다 빨리 번식하고 더 빨리 진화한다. 이게 할머니 학설(Grandmother theory)이다. 즉 인류초기에 다른 동물들과 종족 많이 퍼뜨리는 경쟁을 할 때 우연히 한 여자가 폐경이후에 오래 사는 유전자를 가지고 나타났다. 이게 자손번식에 유리해져서 인류가 급속히 진화했다는 학설이다. 이 학설은 할머니가 손주, 즉 인류수명을 늘렸고 또 여성이 남성보다 장수하는 이유라고 이야기한다.

최근 ‘커런트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잡지에서는 이 학설이 한 단계 업그레드되었다. 두 가지다. 하나는 현대인들도 ‘할머니효과’가 있는 가이다. 결론은 ‘있다’. 연구진은 1608년 최초 캐나다 이주인 기록을 샅샅이 뒤졌다. 같은 배에서 나온 자녀라 해도 할머니와 같이 살았던 딸은 자녀수가 1.75명 더 많아졌다. 당시 평균 자녀수는 8명이었다. 이중 50%는 15세 이전에 사망했다. 할머니가 있으면 이 사망자수는 줄어들었다. 할머니가 있다 해도 멀리 떨어져 있으면 그 효과는 떨어진다.

다른 하나는 할머니도 어느이상 나이 들면 손자수가 더 늘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즉 할머니가 60세 이하라면 2-5세 유아생존률은 30% 높아진다. 반면 할머니 나이가 75세이면 2-5세 생존율이 오히려 37% 감소한다. 나이가 많아진 할머니는 손주들을 돌보지 못하고 도리어 다른 식구들의 도움을 받아야하기 때문이다.

할머니학설: 켬퓨터모델에 의하면 인류수명은 할머니 돌봄으로 늘어난다



(1)Engelhardt et al. ‘Using geographic distance as a potential proxy for help in the assessment of the grandmother hypothesis’. Current Biology, 2019 DOI: 10.1016/j.cub.2019.01.027
(2)Kim et al. Grandmothering drives the evolution of longevity in a probabilistic model J.Theoretical Biology21 July 2014...https://doi.org/10.1016/j.jtbi.2014.03.011

사진설명:
할머니와 손주: 할머니는 손주 수호천사
대가족: 할머니가 손주를 돌봐주면 딸은 더 많은 자식을 낳고 이게 인류진화의 한 원인이다(할머니효과:Grandmother effect theory).
할머니학설모델: 켬퓨터모델에 의하면 인류수명이 할머니 돌봄으로 늘어난다